당신과 등을 돌리고
몇 계절을 건넜습니다.

마음을 둘 곳 없어
허공만 오래 바라보았죠.

가능했던 것들이
우리 사이에선 왜 이리 멀었을까요.

답답하고 무력했던 두 마음,
손끝조차 닿지 못했습니다.

지금에 와서야
당신의 자리에 앉아
당신의 눈으로 나를 바라봅니다.

받아들일 건 담담히 껴안고
흘려보낼 건 조용히 놓아야겠지요.

하지만 아픔은,
여전히 마음 한구석을
조용히 저밉니다.

계절이 묵묵히 걸음을 옮기듯
내 마음도
조금은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봅니다.

차디찬 겨울 끝에
살짝 고개 내미는
연두빛 봄처럼—

우리 몰래,
우리 마음에도
다시 푸른 새싹이 움트기를.

이제 돌아보면
당신도
수많은 인연 중 하나였겠지요.

잊으려 애쓴 시간들 속에서
내 마음은 무너졌지만
세상은 오히려 더 또렷해졌습니다.

사람들의 말투, 웃음, 손짓—
모든 것이 따뜻하게 다가왔고
나는 조금씩 어른이 되었습니다.

당신을 사랑하며 배웠습니다.
세상이 내게
무관하지 않다는 것.

작은 풀꽃 하나마저
그 시절 당신을 떠올리게 하고
어느 저녁,

당신 어깨에 기대어 보던 노을은
지금도 내 안에서 지고 있습니다.

이 봄은
우리의 봄이 아닌 각자의 봄이지만,
그럼에도 불구하고

내 마음속
아픈 봄입니다.

당신의 앞날에
따뜻한 햇살이 머물길 빕니다.

안녕,
정말 고마웠습니다.